이석중 라온피플 대표 “인공지능은 자본 아닌 두뇌싸움”
송주영 기자(jysong@sisajournal-e.com) 승인 2020.09.03 15:07 |
반도체 대신 인공지능으로 갈아타 시총 2500억 회사 키워
3D 머신비전 적용영역 한계없어…산업‧교통‧치과‧농업 등 공략
이석중 라온피플 대표는 현대전자와 코아로직을 거친 반도체 시장에서 인정받는 설계기술 고급 엔지니어였다. 그가 창립한 라온피플은 반도체가 아닌 인공지능 전문회사로 업계에서 인정받는다. 반도체 대신 선택한인공지능과 머신비전은 이제 막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라온피플은 9월 3일 기준 시가총액 2500억원 규모로 코스닥 시장 300위권 내에 진입해 있다. 지난해 매출 30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라온피플도 올해 코로나19 여파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중국 카메라모듈 검사 사업 부진으로 수출이 꺾이며 실적은 하락할 전망이다. 상반기에는 적자도 냈다.
그러나 하반기는 인공지능 분야 성장으로 흑자로 반등할 전망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인공지능 사업이 카메라 모듈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라온피플이 주력으로 하는 머신미전 분야는 인공지능 중에서도 생소하다. 센서로 시각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알고리듬을 이용해 최적의 방법을 찾는다.
생소하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자가 적다는 것. 라온피플은 국내 첫 머신비전 전문회사로 ‘개척자’의 길을 걸어가며 시장을 열어간다.
한때 국내 시스템반도체 3대장으로 불렸던 코아로직을 걸친 반도체 전문가로 알고 있는데
산학 장학생(서울대 전자공학과)으로 현대전자 CMOS 로직설계 부서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CPU 설계를 공부했다.
현대전자 반도체사업부에 입사할 때는 반도체 호황기인 1990년대 초반이었다. 처음에는 CPU를 설계하려고 입사했는데 시장 1위인 인텔 기술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더라. 회사가 경쟁력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이후 PC 분야 칩셋설계 PCI(PC CPU와 주변장치 연결을 담당하는 기술)를 담당했다.
당시 반도체 사이클이 하강하기 시작했고 1997년경 병역특례도 끝나면서 창업 등 진로를 고민했다. 이후 현대전자 통신용 반도체 부서에서 이미지센서 분야를 담당하게 됐다. 단기 프로젝트만하고 통신으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미지센서 사업이 잘되면서 1998년 초 이미지센서팀이 독립했다. 센서만으로는 기능을 할 수 없어 영상처리 압축 기능과 내장형 이미지신호처리(ISP) 기술 등도 개발했다. 이 기술이 일본 세가 토이급 카메라에 적용됐다.
이후 코아로직으로 옮겨 휴대폰 카메라용 반도체를 설계했다. 당시 코아로직에서 나온 반도체는 거의 다 설계했다. 2004년 휴대폰용 카메라에 반도체를 적용했는데 당시 휴대폰에 국산 반도체를 넣은 최초사례이기도 했다.
반도체는 치근 자본게임으로 변했다. 공정기술이 20나노, 10나노로 미세화되면서 공장을 한번만 돌려도 수십억원 비용이 들어간다. 반도체에 워낙 많은 부분을 집적하다 보니 돈이 많이 들었다. 전에는 반도체 기능 하나만 잘 만들어도 경쟁력이 있었는데 많은 기능을 사와서 조합해야 하는 자본게임의 형태로 산업이 변했다. 소프트웨어 인력도 많이 필요하더라. 시스템반도체는 자본의 싸움이었다.
인공지능이란 생소한 분야에서 라온피플을 창업하게 된 배경은
2009년 코아로직을 퇴사하고 휴식하려고 했는데 산업용 기기 검사 기술을 함께 개발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CPU나 이미지쪽으로는 많은 경험이 쌓여 있었다.
반도체와 달리 여기에 사용하는 머신비전 기술은 미성숙 단계였다. 자본이나 사람 수가 아니라 두뇌 경쟁을 해야 하는 영역이었고 그렇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산업용을 먼저 노려 시장에 뛰어들었다. 휴대폰과 MP3 검사 설계를 했다.
어려움도 많았는데 그동안 쌓았던 네트워크가 사업에는 도움이 안됐다. 그동안은 주로 대기업 개발담당과 친분을 쌓았고 검사 분야는 제조기술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기술을 설명해야 했다. 신뢰가 없어서 초반에는 힘들었다. 어려운 문제들 몇 개를 해결하면서 신뢰를 쌓기 시작했다.
지인이 다시 카메라 모듈 검사쪽을 해보자고 권유했고 이를 구현할 방버을 고민하다가 검사 보드를 하나 개발했는데 잘돼서 한동안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카메라 모듈은 화소 수가 늘면서 전송방식도 바뀌고 계속 새로운 요구가 있었다. 카메라모듈 검사쪽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인공지능 비전, 산업용쪽은 시간이 걸렸다.
머신비전 비중은 작년과 올해 휴대폰이 덜 팔리는 대신 시설투자를 많이 하면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앞으로 성장도 전망된다. 머신비전은 분야가 무궁부진하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비전기술은 꾸준히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성장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
머신비전 시장 성장을 자신하는데 이유는
시각, 청각, 후각, 시각, 촉각 등 5각 중 사람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시각이라고 한다. 70% 비중으로 시각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각센서를 이용한 머신비전으로 산업용 검사뿐만 아니라 스마트교통, 치과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최근 진출한 영역은 농업 분야다. 농업전문회사와 손을 잡았다. 스마트팜은 각종 센서과 카메라를 이용해 농작물을 잘 키워내는 방법이다. 기술을 이용해 병충해가 생기는 환경과 수준을 판단하고 수확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온실에 설치한 레일 위에 카메라를 설치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정보로 작물을 가장 잘 수확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농민들 대신 기기가 농작물을 감시하고 분석한다. 센서와 통신기술로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농업분야 플랫폼 매출은 내년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가을에는 치과 분야에 진출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는 중이다. 올해 치과 전시회에 시스템을 전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내년 2월에는 독일에서 하는 대형 전시회에 솔루션을 소개할 예정이다.
치과용 머신비전을 소개해달라
교정을 하려면 구강정보가 필요하다. 개별치아와 잇몸 등을 분리해 모양 등을 측정하고 향후 교정했을 때 치아의 이동 상태를 예측해야 한다. 이를 수기로 계산하면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치과의사 경험이나 지식에 따라 결과물의 질도 크게 달라졌다. 머신비전 솔루션을 이용하면 5분만에 시뮬레이션이 끝난다.
치아 교정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개발에만 1년 6개월이 걸렸다.
중국 시장도 공략할 예정이다. 중국은 치과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치과의사를 할 수 있다. 치과의 경우 비전문가들에게도 허용했다. 치과의사 라이선스를 딸 수 있는 자격범위가 우리나라보다 넓은 대신 기술 숙력도에서 천차만별이다. 이 시장에 잘 맞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치과처럼 의료용 시스템은 각 나라 인증을 받는 것도 중요한다. 국내는 인증획득에 2~3개월이 걸리지만 해외는 6개월 이상도 생각하고 있다. 이 인증을 먼저 획득하는 것이 사업 확장의 관건이다.
향후 계획은
라온피플 사명의 의미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이용해 영상을 찍고 해석하는 기술을 주력으로 하는데 적용 분야가 무궁부진하다. 이 기술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비전기술로 많은 분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도구다. 여기에 산업별 지식이 합쳐진다. 인공지능은 아직 도입 초기인데 도메인 지식과 결합되는 변혁기다. 흐름을 타면 커질 것이다. ‘언택트’ 흐름과 합해져 많이 커질 것이다.
제조, 교통, 의료, 스마트팜까지 진출했는데 도메인을 잘 하는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라온피플은 오는 9월 15일 시사저널이코노미에서 개최로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인공지능포럼(AIF2019)’에 참석해 윤기욱 상무(CTO)가 ‘코로나로 인한 제조 무인화 가속화와 산업용 AI의 요건’을 주제로 발표한다.
행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시사저널이코노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시사저널e-온라인 http://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23080